[차장 칼럼]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조선사

입력 2023-05-11 18:00   수정 2023-05-12 00:17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017년 7월 문을 닫았다. 조선업 불황의 결과다. 4000여 명의 군산조선소 근로자 일부는 울산으로 옮겨가고, 나머지는 반도체와 배터리 건설 공사 현장이 있는 경기 평택과 충북 청주 등으로 떠났다.

작년부터 조선업이 다시 살아나자 군산조선소도 작년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 5년5개월 만의 개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모씨 역시 일자리를 찾아 평택으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온 경우다. 그는 “평택에서 일하는 게 보수는 더 많지만, 나에겐 자랑스러운 현대중공업이고 고향이어서 돌아왔다”고 했다.

조선업이 호황이다. 국내 조선 3사는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이달 11일까지 총 76척의 배를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97억9000만달러(약 13조원)어치다. 상반기 종료까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연간 수주 목표(157억4000만달러)의 62%를 달성했다.
10년 만에 찾아온 호황
한국 조선사들은 골라서 배를 수주한다. 값싼 배는 중국으로 넘기고 한국 조선사들은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이나 메탄올추진선 등 비싼 선박을 담고 있다. 올해 들어 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추진선의 절반을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했다.

당분간 즐거운 상황은 계속될 것 같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지수는 167.32포인트다. 조선업 ‘슈퍼사이클’ 시기인 2008년 12월(177.97포인트)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다.

그러나 한국 조선사들은 이런 상황을 마냥 즐기지 못한다. 군산조선소도 도크가 비어 있다. 군산조선소는 현재 울산조선소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블록(격벽)만 생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를 위해 군산조선소 도크를 다시 열 계획이 아직 없다.

이 같은 판단엔 극심한 인력난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금 채용공고를 올린다고 해도 지원자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조선사들의 선별 수주 전략도 사실은 인력난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조선사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을 이유로 꼽는다. 숙련도에 따라 월 800만원을 받는 근로자도 있지만, 대개 협력업체에 처음 입사하면 3500만원가량의 연봉을 받는다. 잔업과 특근, 야근비를 포함한다. 편의점에서 일해도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넘는 현실에서 더 힘든 일을 자청하긴 힘들다.
인력난에 추가 수주도 못해
그러는 사이 한국에서 조선 기술을 가진 젊은 인력은 사라지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40세 미만 근로자는 720명으로 전체 직원의 20%에 불과하다. 조선사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쓰되 중간급 간부는 한국인 기술자가 관리하는 체제로 가야 하는데 그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불안해한다. 조선업 미래를 생각하면 호황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 막혀 요원하다. HD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는 공식적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0명이다. 정부가 뒤늦게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늘려 2025년까지 5000명을 조선업에 할당한다고 밝혔지만, 조선업계는 이 숫자로는 추가 수주는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HD한국조선해양의 한 계열사인 현대중공업 근로자 수만 1만3000명이다. 조선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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